재무제표는 있는데 ‘경영 숫자’는 없는 회사
- PlanB CFO

- 2025년 12월 26일
- 3분 분량
외부 기장 업체와 의사소통도 잘 하고 있고, 세무신고는 매번 하고 있고, 세금도 잘 내고 있습니다.
재무제표는 보통 1년에 한 번, 연말 결산 때 완성됩니다.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선 매달 재무제표가 꼭 필요하지 않고, 외부기장 역시 세무 신고 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VC가 어느 순간 이렇게 말할 때 시작됩니다.
"매달 실적 보고 부탁 드립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매월 결산을 통해 재무제표가 확정되고, 그 확정된 숫자를 기준으로 투자사가 원하는 월간 보고서를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외부기장은 구조가 다릅니다.
외부기장은 기본적으로 세무 목적의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고, 대표가 원하는 경영 질문("왜 좋아졌나/왜 나빠졌나")에 답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외부기장을 하려면, 결국 내부에서 자료를 정리해서 넘겨줘야 합니다. 증빙 모으고, 카드·계좌 정리하고, 매출 자료 맞추고, 인건비 자료 정리해서 전달합니다.
그런데 그 자료가 "경영에 쓰이는 형태" 로는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대표는 이중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외부기장용으로 자료를 정리해 넘기고
VC 보고용으로 다시 숫자를 만들거나, 엑셀을 새로 맞추거나, 근거를 다시 정리합니다.
그리고 매달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이번 달 우리 실적… 그래서 좋아진 건가요?"
"마케팅비 늘렸는데, 성과가 난 건지 판단이 안 돼요."
"투자사에서 자료를 다시 달라고 하는데, 어디부터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건 회계가 틀려서가 아니라, 세무용 숫자와 경영용 숫자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세무용 숫자 vs 경영용 숫자
세무용 숫자의 목표
신고하고, 증빙을 맞추고, 세법 기준에 따라 정리하는 것
경영용 숫자의 목표
의사결정에 쓰고, 다음 달 행동을 바꾸고, 실행을 통제하는 것
같은 거래를 보더라도 필요한 것이 달라집니다.
세무용: "이 비용은 어떤 계정으로 처리하는가"
경영용: "이 비용은 어떤 목적에서 발생했고 성과가 있었는가"
결국 VC가 요구하는 월간 보고는 "재무제표를 예쁘게 만들기"가 아니라, 회사가 매달 같은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VC가 "믿는 월간 숫자"의 기준 3가지
① 일관성
이번 달과 다음 달의 기준이 바뀌지 않는가
② 추적 가능성
숫자의 근거가 따라오는가
③ 설명 가능성
변동이 생겼을 때 "왜"를 한두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 기준이 없으면, 숫자가 맞든 틀리든 VC 입장에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외부기장 구조에서 보고가 흔들리는 이유
외부기장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외부기장의 목적과 VC 보고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아래 구간에서 흔들립니다.
월 마감이 기준 일정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외부기장은 월별 확정보다 신고/정산 흐름이 우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대표는 "임시 숫자"로 보고를 먼저 하게 됩니다.
분류 기준이 세무 계정에 머뭅니다
세무 계정은 정상인데, 사업이 안 보입니다. 제품/채널/프로젝트 관점으로 비용과 성과가 연결되지 않습니다.
손익과 현금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VC는 P/L만 보지 않습니다. 현금(잔고/유출입/런웨이)과 연결되는지 확인합니다.
데이터가 한 곳에 모이지 않습니다
카드, 계좌, 매출, 인건비 자료가 흩어져 있고 버전이 늘어납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숫자도 바뀌는 구조가 됩니다.
대표가 '자료를 넘기는 사람'이 됩니다
외부기장용으로 정리해서 넘기느라 시간을 쓰는데, 정작 그 결과물이 경영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VC 보고 자료를 만듭니다.
일은 두 번, 활용은 절반이 되는 구간입니다.
해결은 "외부기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위에 얹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외부기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지하는 게 맞습니다.
핵심은 외부기장 위에 딱 한 가지를 얹는 겁니다.
월간 결산(확정 기준) + 리포팅 루틴(의사결정 기준)
이걸 갖추면, 재무제표를 매달 '완벽하게' 만들지 않아도 VC가 신뢰할 수 있는 월간 숫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달부터 가능한 '최소 세팅' 체크리스트
처음부터 큰 시스템은 필요 없습니다. 아래 7가지만 고정해도 월간 보고는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1) 월 마감일 고정
매월 D+○일(예: 7영업일)까지 내부 마감. "확정 숫자"와 "임시 숫자" 구분 기준 명확화
(2) 핵심 지표 7개만 먼저 고정
매출
매출총이익(또는 매출총이익률)
고정비(인건비/임대/정기비용 등)
영업이익(또는 공헌이익)
현금잔고(월말)
Net Burn(수입-지출 기준)
Runway(개월)
(3) 지표 정의를 문장으로 고정
예: "Net Burn = 해당월 현금수입 – 현금지출(투자유입/일회성 제외)" 정의가 고정되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숫자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4) 분류 기준 고정(최소 3개만)
마케팅비: 캠페인/채널 단위로 구분(성과 연결)
인건비: 고정 운영 vs 성장 투자(프로젝트) 구분
외주비: 개발/디자인/운영 등 목적별 구분
(5) 데이터 소스 단일화
카드/계좌/매출/인건비 데이터가 "어디에 확정 저장되는지" 한 곳으로 정리. 버전이 늘어나는 순간부터 보고는 흔들립니다.
(6) 변동 코멘트 3줄 룰
전월 대비 큰 변동 3개만 뽑아서 원인 – 영향 – 대응으로 적습니다
(7) 월간 마감 미팅 30분 고정
리포팅은 문서가 아니라 "회의"에서 완성됩니다. 숫자를 보고 의사결정을 한 번이라도 연결해야, 다음 달부터 숫자가 살아납니다.

투자사가 원하는 건 완벽한 엑셀 파일이 아닙니다.
회사가 매달 같은 기준으로 마감하고, 변동을 설명할 수 있고, 그 숫자를 기반으로 다음 액션이 바뀌는지를 봅니다.
외부기장은 계속 유지하셔도 됩니다. 다만 그 위에 경영관리 기준(지표·분류·마감·보고 루틴)이 얹히지 않으면 대표도, VC도 "결정할 수 있는 숫자"를 갖기 어렵습니다.
경영의 숫자는 결국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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